평점 8 / 10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는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를 통해 만들어젔다.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은 그동안 알고 있었지만, 대기업 자본에 휘둘려 기사화하지 못했던 내용들, 정부가 불편해 할 만한 내용들, 무엇보다 진실이 왜곡된 내용들이 다뤄지면서 대중들과 소통해왔다. 저자는 지난 14년 간 종합일간지에서 기자로 지내면서 진실된 보도보다 회사와 상사에 의해 이익만 쫒는 기사를 썼다. 위에서 시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썼던 그런 기사들은 자괴감만 몰고왔다. 그것은 이후에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과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를 탄생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책은 큰 도둑(거시경제), 작은 도둑(미시경제)으로 나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적나라하게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세금계산서 내용, 통계수치 이면, 성과연봉제, 계획적 노후화, 마이너스 통장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주제를 갖고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준다. 개인적으로 계획적 노후화, 자동차 선택에 관한 역설을 재미있게 풀어놔서 흥미진진하다. 모르면 손해, 알면 유용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 스마트폰 수명이 2년인 이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실 기업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더 튼튼한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일까? 그들은 하나같이 '계획적 노후화'를 추구한다. 계획적 노후화는 일부러 제품을 '오래된 것처럼' 만드는 행위로써 심지어 OS 업데이트를 이용해 노후화시키는 첨단기법도 존재한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맹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 엔론의 몰락을 근거로 들었다. 90년대 미국에서 한때 가장 인기있었던 기업 엔론이 몰락했던 원인은 윤리의식 부족과 성과연봉제의 맹점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엔론은 고위 임원들 간의 사내 불륜이 만연했고, 이혼이 마치 전염병처럼 유행했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최고의 생산성을 올리는 직원들에게 그만큼 보상해주고 생산성이 최저인 직원들에게 해고하는 방식의 인사정책은 직원들의 실적 조작까지 일으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결국 수조 원대의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엔론은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보통 사람의 눈으로,보통 사람의 궁금증으로 접근하는경제 문제진행 기간 2년 6개월, 총 스트리밍 1,000만 회를 넘긴 생활밀착형 경제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 특히 기업과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이슈들을 보통 사람의 눈으로 읽고, 보통 사람의 궁금증으로 접근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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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시스템에 갇힌 월급 명세서
월급 시스템에서 월급은 어떤 과정에 거쳐 결정되는가? 월급은 보통 수요 / 공급 법칙, 즉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이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월급을 책정할 수 있다. 기업이 마음대로 월급 시스템을 주무르면서 노동자들에게 낮은 월급을 받도록 설득하기 위해 수요 / 공급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쓰는 것이다.
월급이 짜다는 이야기를 살면서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영어로 월급을 뜻하는 'Salary'는 소금(sal)을 지급한다는 라틴어 'Salarium'에 어원을 두고 있다. 로마 장군이자 학자였던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에도 군인들에게 복무의 대가로 소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월급명세서는 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 상여금, 각종 수당에 대해 작성한 서식이다. 기본 급여와 상여금, 퇴직금, 제수당 및 소득세, 주민세, 4대 보험(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 공제금액이 월급 명세서에 다 들어있다. 회사는 공제액을 원천징수(차감)한 잔액을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1) 기본급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 소정근로시간 또는 법정근로시간을 일할 경우 정해진 기본임금이다. 기본급을 기준으로 각종 세금을 부괴하기 때문에 따로 표시해둔다.
2) 상여금 / 특별상여금(인센티브)
임금 이외에 특별히 지급되는 현금 급여(보너스)다. 국내에서는 명철 떡값, 휴가비 등 정기 또는 임시로 지급되는 일시금을 뜻한다. 특별상여금은 개인의 성과나 회사의 한 해 수익에 따라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현금 급여를 뜻한다.
3) 시간외수당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할 경우, 시간당 임금에 일정의 할증된 수당을 지급하는 임금이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시간외 야간 및 휴일 근무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4) 국민연금
직장인은 의무로 가입해야한다. 복리후생비나 실비수당을 제외한 지급 총액의 9%중 4.5%는 근로자, 나머지 4.5%는 사업주가 부담한다.
5) 건강보험료
직장인은 의무로 가입해야한다. 단, 회사와 1:1부담이다. 2019년 기준으로 6.36%를 납부해야하며, 각각 개인과 회사가 50%씩 부담한다.
6) 장기요양보험료
의무적으로 나가며, 2019 기준으로 8.51%이다. 각각 개인과 회사가 50%씩 부담한다.
7) 고용보험료
고용보험료는 월급의 0.65% 부과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가입 해야한다.
8) 소득세
월급에서 가장 많이 떼어가는 항목이다. 급여소득, 상여금, 부양가족 수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9) 주민세
소득세의 10%로, 거주지 구청에 납부하는 지방세이다.
10) 실수령액
실제로 받는 한 달 월급이다.
최저시급(2017년 기준 시간당 6470원) 기준으로 연봉 1,700만 원을 받는다면 실수령액은 약 1,300만 원 정도된다. 약 400여만 원이 각종 공제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월급을 연구하는 분야는 노동경제학이다. 노동경제학은 고용량과 임금 수준, 고용 여건 등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노동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수요 / 공급이론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노동 수요가 많아지면 노동자들의 월급이 올라가고, 노동 공급이 늘어나면 월급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노동경제학에서 노동의 가치는 노동의 한계생산성으로 평가한다. 노동의 가격은 한계효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한 개를 더 먹을 때 생기는 한계효용만큼 가격을 지불했다면, 노동을 한 단위 더 투입할 때 생기는 한계생산성만큼 월급을 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도 큰 맹점이 존재한다. 한계생산성이 월급이라는 설명에서 큰 맹점은 CEO 월급이다. 월에 몇 억을 받는 CEO 1명의 한계생산성이 평균적인 노동자보다 406배 많을까?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기존 경제학의 가정에서 의문을 제시하며,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CEO와 일반 노동자간의 임금격차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월급 책정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CEO는 자신의 월급을 정할 힘이 있기 때문인것이다.
노동자 간의 월급 차이를 분석해보면 노조 유무 / 대기업 / 정규직 일수록 월급이 높다. 노조가 없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노조가 있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수입이 약 세 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노조가 있고, 정규직이면 노사 협상을 통해 월급 결정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월급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더 일하고 덜 받게 만드는 시간 도둑
프리젠티즘이라는 용어가 있다. 회사에 출근은 했지만 질병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비자발적인 워커홀릭이다. 세계 경영학계는 최근 프리젠티즘이 확산되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프지만 개미처럼 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 현대인의 심각한 사회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OECD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노동자 1인당 연간 실제 노동시간은 언제나 최상위권이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평균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많다. 이것을 하루 법정노동시간 8시간으로 나누면 43일을 더 일한 셈이다. 또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주 5일 중 평균 2.3일을 야근한다는 보고서 발표도 있다. 이러한 야근은 보통 '시간 때우기', 회식 등 비효율적인 경우가 다수 있다.
이러한 해결책으로 임금을 깍지 않고 노동시간만 줄이는 방식이 있다. 독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독일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다. 연평균노동시간은 한국보다 742시간 적다. 하지만 연간 실질임금은 4만 4,925달러로 한국의 3만 3,110달러보다 높다.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생산성이 올라갔다. 업무집중도도 높아지고, 실수도 줄어들었다. 둘째, 부족한 부분은 독일 정부가 기업과 노동자 간의 손해를 채워주고 있다. 기업, 노동자, 정부가 각각 나눠가지고 있는 것이다.
6시간 노동을 시행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노동자들의 결근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고, 노동자 행복도도 22%, 생산성은 64% 향상 되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경우, 초과근무로 늦게 퇴근하는 노동자에게 출근 전 최소한의 휴식시간이 주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근무 간 인터벌 규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서핑보드 생산 / 판매하는 미국 기업 타워패들보드의 창업자 슈테판 아르스톨은 하루 5시간 근무제를 실시한 후, 연매출 40% 증가시켰다.
재택근무 역시 좋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도요타는 2016년 8월부터 본사 직원 약 2만 5,000여 명이 재택근무의 혜택을 받고 있다. 도요타의 재택 근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돕고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유니레버재팬은 심지어 근무시간과 장소를 사원이 자유롭게 택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 도입 배경은 모든 직원이 자신답게 일하면서 한 팀으로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업 성장의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개미처럼 힘겹게 사는 것은 결코 우리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득권층이 쳐놓은 근면성실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세뇌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한다. 휴가를 챙기고, 야근을 거부해서 회사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회사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갑을관계를 왜곡하는 일자리 도둑
한국의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 한국의 25 - 64세 인구 중에서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은 45%(2014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지만, 관리 / 전문 / 기술직 종사자 비율은 21.6%로 독일(43.5%), 핀란드(45.2%) 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향후 고졸 수준이 맡아야 할 일자리는 인력 공급이 부족해 향후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가 나온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어 지금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산업 구조가 고학력자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미스매칭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매칭이론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앨빈 로스가 설명한 이론이다. A, B, a, b가 있다고 가정하면, 인기 있는 사람끼리 (A-B), 인기 없는 사람끼리 (a-b) 파트너가 되는 방법이 있고 서로 섞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A-b, a-B 매칭의 경우 서로 맞지 않아 깨질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장 안정적인 상태 (A-B, a-b)가 이뤄지는 것이 매칭이론의 결론이다. 이것을 일자리에 적용하면 인재 A와 대기업 B / 보통 구직자 a와 중소기업 b가 가장 안정적인 결과라는 주장이다.
폴란드 출신 경제학자 미할 칼레츠키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 등을 통해 일자리 유효수요를 만들고 고용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는 본래부터 희소한 것이며 일자리를 베풀어준 자신들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말한다. 하지만 만약 완전 고용에 가깝게 되면 자본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리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사회에서 완전고용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태생적으로 일자리는 항상 부족하게 된다는 의미다. 노동자를 길들이기 위해 일부러 완전고용을 피하고 실업을 유지하며 대기업과 정치권력의 결탁으로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세계는 현재 고령화 가속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 정책도 점점 인구 문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초저출산으로 OECD 국가 중에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노년층에 대한 부양 부담이 급증하고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어 경제가 위축되면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변화는 로봇이다. 공장은 이미 로봇이 대세가 되었다. 이들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생산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만 업체 폭스콘은 생산 라인 대부분을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폭스봇이라고 불리는 자체 개발 로봇은 이미 시험단계다. 아이러니 하게도 <2106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자 1만 명 당 로봇 수는 531대로 가장 많다. (싱가포르(398대), 일본(305대), 독일(301대) 등) 앞서 주장한 인구감소로 인한 생산력 감소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중 하나인 핀란드는 무작위로 선정된 2000명에게 매월 560유로 (약 70만 6000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다. 기본소득이란 소득과 자산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에게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2019년 핀란드 정부는 예비 결과를 발표했는데,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의 고용 성과가 실업급여 수급자에 비해 개선되지도 악화되지도 않았다. 최종 보고서는 2020년에 발간한 예정이라고 알려져있다.
기본소득의 목표는 노동자들이 실업수당을 잃는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어도 기본소득을 계속 지급하는 점이 핵심이다.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면 노동자가 상황에 쫒겨 나쁜 조건으로 노동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 직업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고 노동기본권 등이 강화될 것이다.
앞서 인류는 인류감소로 인해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경험했다. 14세기에 발병한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때, 약 2,500 - 6,000만 명에 이르는 유럽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유럽 인구의 3/1 또는 4/1에 해당했다. 이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농장에서 일할 노동력이 줄어들어 영주와 상인들은 앞다퉈 임금을 올리기 시작했다.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에 활력이 돌고, 상공업도 발달하게 되었다. 경제의 미래가 밝아지자 자본가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활황은 현재 일본과 비슷한 상황인데,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약 95%에 육박한다.
참고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82189.html
[기고]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 제대로 보기 / 김교성
김교성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기다리던 정책보고서가 나왔다. 핀란드 정부가 2017년부...
www.hani.co.kr
악용되는 파레토 법칙과 메기이론
189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20%가 80%를 먹여 살린다"는 파레토 법칙을 발표했다. 이것을 토대로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의 80%는 20%의 원인에서 발생한다는 20 대 80 법칙을 탄생시켰다. 이 법칙의 아이디어는 개미로부터 얻었는데, 진짜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은 약 20%, 나머지 80%는 대충 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파레토 법칙은 경기가 어려울 때 기업의 구조조정에서도 적용된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20% 이외에 다 필요 없다는 발상이다. 80%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20%를 찾아내고 나머지는 과감히 정리한다는 논리이다. 이것을 밑바탕으로 덜 중요한 80%를 끊임없이 긴장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 <메기이론>은 수조에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가 더 활발하고 건강해진다는 내용이다. 환경이 가혹할수록 오히려 살아남으려는 욕구가 강해져 발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메기이론에 대한 맹점은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증명되었다. 두 개의 사육장에 메뚜기를 넣어 비교하는 실험에서 하나는 메뚜기만 다른 하나는 천적인 거미를 넣어 비교해봤다. 여기서 거미 입은 접착제로 막아 위협이 되지 않도록 했다. 나중에 수명을 다한 메뚜기들의 사체를 살펴보니 차이점을 발견했다. 1) 거미와 함께 넣은 메뚜기 사체가 덜 썩었다. 2) 거미와 함께 있던 메뚜기의 영양물질인 질소의 채내 함량이 적었다. 질소 함량이 낮아 토양 미생물 성장이 억제되고 토양의 영양순환이 느려졌다는 설명이다. 거미와 함께 있던 메뚜기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구성성분까지 바꿔놨다.
성과연봉제의 맹점
성과연봉제는 기존 호봉제와 다르게 입사 순서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개인별 성과에 따라 받는 봉급도 달라지는 것이다. 기업과 언론들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개인이 자발적으로 일한다고 강조한다. 성과수준에 따라 금전 등 보상을 차등 지급하면 직원들이 이를 의식해 자발적으로 경쟁한다는 논리다. 이것은 일한 만큼 벌어갈 수 있고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사람은 적은 임금을 받아간다는 점에서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 금의 함량이 제대로 들어있는 화폐는 집이나 은행에 보관되어 있고, 부실한 화폐가 시장에 주로 나돌았던 역사적 현상을 설명했다. 즉, 능력 없는 사람들을 그냥 놔두면 뛰어난 인재들이 떠나간다는 주장이다. 현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덟 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A를 받은 두명은 높은 연봉, B를 받은 두명은 물가 상승률 수준의 임금 인상, C를 받은 두명은 동결, D를 받은 두명은 삭감이다. 이론적으로 A나 B를 받은 직원은 등급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C와 D를 받은 직원은 해당 등급을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여기서 만약에 D를 받은 두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회사는 전보다 직원들의 성과가 높아졌다는 이유로 두 명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다. 여덟 명이 하는 일을 여섯 명에서 시킬 수 있게 되니 회사에서도 이익이다. 그런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여섯 명 중 누군가는 또 D급을 받아야하니 의자 뺏기 놀이처럼 루저가 재탄생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 노예연봉제라고 부른다. 현실은 일 잘하는 사람보다 윗선에서 아부 잘하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객관적으로 계량화된 평가지표가 없기 때문에 부서장과의 친분에 따라 움직일 소지가 크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의 윤리의식이 무너지고, 심지어 실적을 조작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엔론 몰락의 불편한 진실
엔론은 1990년대 미국을 대표하던 기업이었다. 1985년 설립 이후 2001년까지 16년 동안 1,700% 성장 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대단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Fortune>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엔론은 미국에서 최고 인재들만 모인다는 가장 인기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엔론은 무려 15억 달러 (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2001년 순식간에 붕괴되고 말았다. 외신들은 엔론 직원들의 윤리의식 부족을 콕짚었다. 엉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엔론에서 사내 불륜이 만연했고, 고위 임원들의 이혼이 전염병처럼 유행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조차 '엔론과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직원 윤리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엔론은 부도덕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언급된다.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엔론의 몰락을 '등수 매겨 내쫓기(Rank and Yank appraisal system)' 모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고의 생산성을 올린 직원에게 보너스를 몰아주고, 생산성이 제일 낮은 10%의 직원은 해고하는 방식의 인사정책이다. 이것은 성과연봉제와 매우 비슷하다. 이 시스템에서 나온 맹점은 하위 10%에 포함되지 않으려고 직원들이 실적 조작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성과 수치를 실제보다 높게 앞다퉈 보고했으며, 감사마저도 실적을 조작했다. 결국 수조 원대의 회계부정으로 확대됐고, 회사는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미국의 경우 1978년 이후에 세 차례에 걸쳐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성과연봉제가 실패한 이유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조직문화 붕괴 등의 심각한 부작용들이 생긴다고 OECD에서 지적했다. 특히 객관적인 성과평가 방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맥킨지는 성과관리 상대평가제가 평가에 시간만 잡아먹고 오히려 지나치게 주관적이라고 설명한다. 등급 평점과 보수에 대해 당사자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평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게 만들어 동기를 잃게 한다는 이야기다. 궁극적으로 상대평가는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 맥킨지 보고서에서 밝히는 내용이다.
맥킨지는 기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협력 장려를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GE가 있다. 1981년 잭 웰치가 회장에 취임하면서 3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했다. 전체 구성원의 상위 20%에겐 성과급과 승진 기회가 제공되고, 중위 70%는 상위등급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나머지 10%는 퇴출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즉, 파레토 법칙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문제가 불거졌다. 구성원 간의 불필요한 경쟁까지 유발시킨 것이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을 해야하는 21세기 경영환경에는 상대평가가 적절치 않았다. GE는 2015년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지난 10년간 상대평가를 유지해오던 MS 역시 2013년 과감히 폐지했다. 대신 관리자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커넥트 미팅'을 만들어 협력을 장려하는 새로운 성과관리 방식을 시험했다.
미국의 상대평가제도는 1990년 50% 수준에서 2011년 14%로 크게 줄어 이제는 관련 조사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반면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74%가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참고
한국노동연구원 자료
https://www.kli.re.kr/kli/index.do
한국노동연구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ww.kli.re.kr
백수 개미의 비밀
일본 훗카이도대 하세가와 에이스케 교수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개미가 80%에 달한다는 파레토 법칙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여기서 발견한 놀라운 점은 안정적인 개미 집단일수록 아예 일을 하지 않는 백수 개미가 20 - 30%나 된다는 사실이다. 아예 놀고먹는 개미가 20 - 30%에 달하는데도 안정적인 집단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하세가와 교수는 개미의 일 가운데 알에 금이 가지 않도록 돌보는 등의 '누군가가 항상 하지 않으면 집단 전체에 치명적 피해를 끼치는 일'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백수 개미가 있는 집단은 일하는 개미가 휴식을 취할때 백수 개미가 대신 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단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알을 돌보는 일을 돌아가며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백수 개미가 없는 집단은 알을 돌보던 개미가 지치면 알을 그냥 방치했다. 결국 치명적 피해를 입고 집단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백수 개미가 있는 집단은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아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었던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와 노는 개미들을 나눠 각각 집단을 만들어 실험했다. 이 실험은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 집단이 더 성과가 클꺼라는 전제로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만 모인 집단에서도 20%의 개미가 놀기 시작했고, 노는 개미들로만 이뤄진 집단도 20%만 놀고 나머지 80%가 일을 했다고 한다.
개미는 인류의 역사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지구상에서 살아왔다. 개미는 그동안 겪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겨 저성과자를 쏚아내는 조직은 갈수록 도태됐고, 협력을 통해 서로 돌아가며 쉬었던 조직이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20%의 노는 개미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는 지혜는 여기서 터득한 것이다.
실업률의 꼼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실업률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첫번째로 우리나라 인구 중 만 15세 이상을 노동가능인구로 잡는다. 여기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눈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하기 위함이다. 이 기준은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ILO는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without work),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availablity for work),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수행한(seeking work) 사람을 실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권고가 각 나라별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자격증,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전업주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게 된다. 우리나라 주요 공무원시험 응시인원을 모두 더하면 약 70만 명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전업주부도 무려 704만 명에 달하는데 이 두 분류를 합치게 되면 약 770만 명(우리나라 노동인구, 약 4,300만 명, 18%)이 넘게 된다. ILO기준이라면 통계수치는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실제로 구입하는 품목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실적 비용적인 문제로 대표 품목 460개를 따로 정한다. 통계청 직원들은 매달 각 품목별 가격을 조사하고, 각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나 지난달보다 얼마나 변동했는지 계산한다. 이를 가중치별로 평균을 내고 지수화하여 소비자물가지수를 나타낸다. 460개 품목은 가계동향조사 등에서 나타난 소비지출액 등을 기초로 결정한다. 즉, 국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을 주로 넣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 구매 패턴 등 소비 구조 변화를 감안해 5년 주기로 갱신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통계청에서는 특수지수를 내놓는다. 이 중에는 생활물가지수가 있는데, 두부, 라면, 돼지고기, 쌀, 닭고기, 소고기 등 소득 변화와 관계없이 가계가 자주 구입하는 품목이나 각종 납입금 등 가계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 141개를 중심으로 만든 지표이다.
신선식품지수는 생선류, 채소류, 과실류 등 가계가 먹기 위해 주로 소비하고 신선도 유지와 기상 조건 등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대상으로 만드는 지표다.
통계를 모르는 일반인도 거짓을 골라낼 수 있는 구분법 5가지
첫 번째, '누가 발표했는가'를 살펴봐야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100% 기업에 유리한 통계만 발표한다. 노동자단체에서 발표하는 자료는 노동자에게 유리하기 마련이다. 조사 단체와 연관 지어 통계 수치를 보면 이 자료를 왜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 '어떤 방법으로 조사했는가'도 중요하다. 예컨대, 설문조사의 경우 휴대전화를 이용했는지, 일반전화를 이용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설문 문항의 순서만 바뀌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설문의 경우 데이터 조작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조사 방법을 상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 '표본이 모집단을 제대로 대표하는가'를 따져봐야한다. 경총 표본의 경우, 대졸 신입사원 평균이라고 해놓고 종업원 수 100인 이상 사업체를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전경련 자료처럼 임원 밖에 없는 30년차 직장인을 일반 직원들과 비교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네 번째, '상시적으로 말이 되는 내용인가'이다. 주변에서 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난리 치는데 실업률지표는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표시된다면 어떻겠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다섯 번째, '숨겨진 데이터는 없는가'이다. 통계 뉴스를 발표할 때는 원본을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수치만 발표하고 불리한 내용은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참고하여 통계 내용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계획적 노후화, 결함을 의도한다
대우전자는 1990년대 초반 <탱크주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탱크처럼 왠만해서는 망가지지 않는 '고장 나지 않는 가전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993년 초 탱크주의 앞세워 "고장 나지 않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고 말하며 광고는 대박을 터뜨렸다. 덕분에 대우전자가 만든 세탁기, 냉장고, TV 등 매출은 급등했다. 대우는 삼성과 LG를 따돌리고 가전업계 1위로 도약했으며,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전체 가전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탱크주의는 가장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제품이 워낙 튼튼해서 한번 사면 10년 이상 쓰는 것은 기본이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모델을 내놔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사면 다시는 안 사니 대우의 탱크주의는 점점 교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늪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을 보고 다른 기업들은 가전제품의 품질을 다시 낮추기 시작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일부러 오래쓰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계획적 노후화'라고 불린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의 경우, 소비자들의 평균 사용 기간은 약 14개월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평균가격을 100만원으로 잡으면 우리는 매년 100만원씩 소비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매년 100만 원씩 쓴다는 것은 심각한 병폐라 할 수 있다. 딱히 필요하지 않는 데, 굳이 시간과 비용을 과다 투입하는 것과 같다.
기업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계획적 노후화'다. 일부러 제품을 '오래된 것처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다. 이것은 기업의 불편한 진실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경제용어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에 '소니 타이머'라는 말이 있다. 소니에서 만든 전자기기가 신기하게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고장나는 것을 의미한다. 소니는 공식적으로 계획적 노후화를 부정했으나, 이후 소니 내부 직원이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떠들고 다녔던 유명한 일화도 존재한다.
이러한 계획적 노후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소비자 역시 1 - 2년마다 제품을 소비하되,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저가 제품을 1년씩 써보는 방법이다. 이러한 보급형 제품으로 대응하여 소비하면 상당한 금액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유행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유행은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만든 상술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되겠다.
소비자가 중저가로 계속 소비에 충실하게 되면 물건의 질이 상향평준화가 된다. 상향평준화란 다양한 제품들의 퀄리티가 높은 쪽으로 평균을 이룬다는 뜻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가격은 저렴하고 기본에 충실한 물건을 선호한다는 기호가 확실해지면 기업에서는 품질 상향평준화는 기본이고 타사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계획적 노후화 같은 술수를 부리기 어려울 것이다.
선택의 역설
'선택의 역설'은 미국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제시한 이론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고르기 힘들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슈워츠는 한 슈퍼마켓에서 잼 시식 행사를 통해 선택의 역설을 실험했다. 첫 주말에는 잼을 6종 내놓고, 다음 주말에는 24종을 내놓았다. 결과는 이렇다. 6종 내놨을 때는 시식한 사람의 30%가 잼을 사갔다. 24종 내놨을 때는 구매한 사람은 고작 4%에 불과했다.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더 고르지 못한다는 '선택의 역설'이 증명된 셈이다.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결정을 못하는 이유도 선택의 역설에 빠졌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니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차 가운데 하나는 아반떼이다. 가장 저렴한 아반떼는 1,560만 원, 가장 비싼 아반떼는 2,630만 원, 두 트림의 가격 차는 무려 1,070만 원이다. 중고차시장에서 아반떼(2015년 기준)는 약 1,100만 원이다. 중고차를 한 대 더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게다가 고급 옵션까지 더하면 아반떼의 가격은 무려 3,000만 원에 육박한다. 차는 말 그대로 우리의 이동을 도와주는 보조기구다. 차 구입비, 보험료, 취등록세, 할부이자, 리스이자 등 차를 구매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은 끝이 없다. 비록 차를 몰지 마라, 사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양보해도 되는 이러한 옵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독립을 꿈꾸는 미국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서부 텍사스 지역에 탐사 결과 셰일오일 매장량이 약 200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200억 배럴이면 미국의 단일 셰일오일 광구로 최대인 노스다코타의 매장량보다 세 배나 큰 규모다. 이는 우리나라 전 국민이 20년 이상 쓰고도 남을 만한 어마어마한 양이다. 200억 배럴의 원유 가치는 현재 시세로 따지면 약 9,000억 달러(1,050조 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천연가스와 천연석유 매장량까지 합치면 최대 750억 배럴에 달하는 규모다. 750억 배럴은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버금가는 규모이며, 셰일오일 매장량 세계 1위 러시아 (750억 배럴)과 같은 규모다.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면 중동이나 러시아도 할인 경쟁에 참여할 것이다. 기름 외에 먹고살기 쉽지 않은 중동과 러시아는 결국 백기를 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서서히 원유가를 올리고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현재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비즈니스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암이나 치매 치료제 같은 생명과 직결되는 약, 특히 신약의 경우는 부르는게 값이다. 미국이 에너지시장에서 패권을 차지하면 국제유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름값이 변함없는 이유
2014년 상반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셰일오일을 마구 퍼올리고, OPEC 역시 원유 감산에 합의하지 못해 기름을 마구 뽑아냈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물량공세에 참여했다. 2015년 하반기 무렵 배럴당 30달러로 가격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지불해야 할 휘발유 가격은 큰 변화가 없다. 왜일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였을 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대였고, 30달러대였을 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00원대였다. 원유 가격이 70% 급락했지만, 고작 28% 하락하는데 그쳤다.
2017년 5월 말 한국석유공사가 공개한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457원대다. 이 가격에서 세금은 약 70%를 차지한다. 마진, 원유매입가, 정제비용, 수송비, 주유원 인건비, 주유소 임대료 등 다 포함한 가격은 30%에 불과하다. 유류세는 가격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종가세 방식이 아니라 양에 따라 정해지는 종량세 방식이다. 유가가 오르던 내리던 상관없이 휘발유의 중량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주행세)로 구성된다. 이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약 529원이다. (2018년 11월 6일부터 15% 유류세 인하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약 450원이다.) 교육세와 주행세도 고정이다. 여기에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대략 70%의 세금이 나온다.
일본의 경유 유류세의 52.9% / 미국은 20.9%를 차지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1,500원에 판매되는 휘발유가 미국가면 700원정도로 보면된다. 2016년 기준 한국 1인당 GDP는 2만 7,633달러 세계 29위다. (2019년 기준 한국 1인당 GDP 3만 1,430달러 세계 28위) 미국은 5만 7,294달러로 8위로 우리나라보다 2배 높다. 즉, 미국인은 한국인보다 월급이 2배 더 많지만 기름값은 한국인의 절반을 지불한다. 소득을 고려했을 때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네 배나 비싼 부담을 지는 것이다.
참고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965390&memberNo=997329&navigationType=push
유류세 내리면 기름값 얼마 싸질까
[BY 비즈니스워치] 유류세 15% 인하 땐 휘발유 123원, 경유 87원 내려 50리터 주유시 휘발유 6150원, ...
m.post.naver.com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2/2019041200786.html
유류세 인하 8월말까지 연장…인하 폭은 15%→7% 축소
5월 6일~8월 31일에 인하율 15%→7%로 낮춰 리터당 휘발유 65원·경유 46원·LPG 16원 올라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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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인구쇼크> 앨런 와이즈먼
<노동 없는 미래> 팀 던럽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조원경
<제3의 물결> 앨빈 토플러
<워커홀릭> W 오츠가
<호모루덴스> 요한 하위징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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