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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책 읽기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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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

 

시간순으로 보면 감정과 생각이 먼저고 언어는 그 다음이다. 언어에서는 말이 글보다 먼저다. 말보다 먼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중에는 선후를 가리기 어려워진다. 글이 말을 얽어매고 언어가 생각을 구속한다. 하지만 언어에 한정에서 보면 글이 아니라 말이 먼저다. 글을 쓸 때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춰야 한다. 만약 이 네 가지 미덕을 갖추는 데 각각 서로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면 글쓰기는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이다. 독해력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지적 활동의 수준을 좌우한다. 눈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강연을 들을 때도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독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글쓰기만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어떤 과제도 잘해내기 어렵다.

 

모국어가 중요하다

 

사람은 언어를 쓴다. 소리를 듣거나 문자를 읽는 신체 기관에 장애가 있어도 언어를 쓸 수 있다. 청각 장애인은 수화로 대화하고 시각 장애인은 점자 책을 읽는다. 헬렌 켈레 여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대학 교육을 받았고 훌륭한 글을 썼다. 사람은 언어를 모르는 채 태어난다. 처음에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몇 달만 지나면 말귀를 알아듣고 1년 정도 더 지나면 말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일단 말을 시작하면 몇 년 걸리지 않아 길고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며 그리 오래지 않아 문자를 익히고 글을 읽는다. 

 

뇌는 태내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태어난 후 3년 정도 폭발적으로 자라며 그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성장기의 뇌는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부위 사이에 더 많은 신경세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진다. 이 시기에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어떤 자극과 과제를 받느냐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이 적지 않게 달라진다. 환경은 뇌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의 뇌는 생물학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뇌는 평생 두 요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 발전, 퇴화한다.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의 집합이 아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하고 글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도 언어가 있어야 한다.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모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외국어도 잘하기 어렵다. 외국 유학을 하는 경우에도 외국어를 물 흐르듯 하면서 모국어가 신통치 않은 것보다는 차라리 그 반대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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