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까지만 해도 재택근무 확정이라 별일없이 진행하는가보다 했지만, 그날 저녁 10시에 19일부터 전원 출근하라는 회사 통보를 받았다. 이런 난감한 소식을 팀원들에게 전하는 나는 너무 민망했다. 원인은 클라이언트 측에서 보안상 재택근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늦은 시간에 돌연 전원 출근하라는 통보를 우리들에게 했다. 이미 재택근무 준비를 완료하여 진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래 놓고 정작 클라이언트 에이전트 측 상황을 들어보니 모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할말을 잃었다. 하청업체는 끝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게 만들고, 자기네 사람들은 재택근무로 전환시키는 발상은 무슨 의도인지? 지금까지 겪어본 갑질 중에서 최고다. 참고로 클라이언트는 클룩이다. Covid 19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경찰과 군인 등 공권력을 배치하여 이동 통제를 하고 있는데, 계속 출근하게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Covid 19 때문에 문의량은 급격하게 줄었다. 하루 중 문의량이 0에 도달하는 상태를 자주 목격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출근해도 일이 없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더욱 넌센스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를 관리하는 관리자들 대부분은 모두 재택근무다. 그들은 관리자라는 지위를 남용하여 자기들은 Covid 19 바이러스를 피해 집에 머물면서 나한테는 직원들 관리 똑바로 안하냐는 뉘앙스로 메시지를 보낸다. 이건 전쟁 중에 최전방에 있어야 할 지휘자가 최후방에서 입만 뻥긋뻥긋하며 지휘하는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래 놓고 못하면 내 탓 잘하면 칭찬은 1도 없다.
게다가 클룩 프로젝트는 4월 16일자로 종료를 결정했다. 이제 한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문의량도 거의 없는 상황에 클룩의 비즈니스는 초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룩 자기팀은 모두 재택근무로 돌리면서 외주업체는 출근하라고 엄포를 내리는 입장은 참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우리 회사 관리자들은 나몰라라하고 그냥 도망가는 상황을 보면 정말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목격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동통제 중에 출근하는 것이 오히려 바이러스 감염률을 더 높이는 것일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바이러스 감염률은 더 적다고 본다. 이유는 사람들의 피지컬 접촉이 더욱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8일 첫 이동 통제를 시행 후, 밖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은 가시적으로 줄어들었다. 길가에 사람이 거의 없다. 비록 정부에서 이동 통제를 선포하면서 대중은 바이러스와 공권력에 대한 공포로 인해 집에 가만히 있을 뿐, 실제 바이러스 접촉 확률은 훨씬 줄어들었다고 본다.
예상하던데로 정부의 이동 통제는 4월 14일까지 연장되었다. 프로젝트 마무리까지 그냥 이대로 출근하는 것만 남았다. 무능한 관리자들은 도망가고 책임회피하는 태도를 보면 정말 이가 갈리지만, 최대한 내 안전을 지키고 잘 마무리 할 것이다. 다들 이력서 준비하고 제출하고 면접준비를 하고있다. 나 역시 빨리 이 회사를 벗어나야겠다. 회사의 진짜 얼굴을 봤기 때문에 더 이상 여기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역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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