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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32 - [말레이시아 생활] 사직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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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steemit.com/vop/@vop-news/5zhkrz

어느덧 말레이시아로 넘어와서 생활한지 1년이 넘어간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때가 엊그제 같더니, 시간 참 잘 간다. 벌써 11월 중순, 2019년의 끝이 보이고 있다.

얼마 전 나는 사직서를 썼다. 특히 그 날은 다른 어떤 날보다 내 마음이 심하게 요동첬던 날이었다. 다른 계획은 없었다. 그저 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사직서 제출에 대한 절차를 팀장님에게 물어봤고, 돌아온 답변은 생각보다 간략했다. "이메일로 @누구 @누구 함께 CC해서 보내주면 됩니다."

돌아온 답변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이유도 묻지 않고, 절차에 대한 깔끔한 대답이 전부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 두뇌는 빠르게 돌아갔고, 다시 한번 우리 팀내 내 역할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스스로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나는 이곳에서 필요한 존재가 아니구나" 라는 걸

이름 명단을 보면 내가 제일 위에 있다. 관리자를 제외하면 내가 팀내에 가장 오래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개인 실적은 그리 높지 않았다. 같은 실수를 몇번 반복해서 동일한 내용으로 지적을 받았고, 콜센터 형식의 직업 특성 상 설문에 불만족 답변을 받으면 그것은 바로 내 실적에 반영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리 뛰어난 인재가 아니였다. 내부 절차에 대한 프로세스를 때론 건너뛰고 진행해서 QA에게 지적받는가하면, 안되는 내용가지고 상담진행하고 설문을 내보내니 불만족 답변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동안 나는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상담을 진행했고, 문제 해결을 가장 최우선에 뒀다. 그렇지만, 그 방법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였음을 나는 알게되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던걸까?

변화가 필요했다.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분석 해보고,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주변의 팀원들을 관찰했다. 그들이 고객과 상담하는 동안 어떻게 대처하는지 예의주시했고, 계속 귀를 귀울였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나아지는듯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 와중에 큰 건이 하나 터졌다. 내 실수와 제품 오류 간의 콜라보로 탄생한 아주 멋진 펀치였다. 그걸로 나는 정신을 완전히 놓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현실을 직시했다. 과연 이곳에 있으면서 내가 상황을 반전 시킬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봤다.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은 점점 잃었다.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체 실적이 내 실수 때문에 감점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는 무척 부끄러웠고, 당장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직서, 그것은 나에게 생소한 단어였으나, 내 머리 속에서 그 단어는 점점 명확해져갔다. 나는 철저하게 다음 계획부터 세우고 움직여야 한다고 스스로 누누이 말했지만,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과 될대로 되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내 머리 속에 맴돌고 있었다.


어차피 직업은 다시 구하면 된다.

나는 사직서에 대한 간략한 양식을 찾아본 후, 바로 작성하여 본인 서명과 함께 메일로 보냈다. 잠시 엉켜있던 실타래가 한번에 갈기갈기 찢어지듯 복잡했던 마음이 다 풀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나의 첫 사직서를 제출했다. 부모님에게는 걱정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말도 안하고 나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다. 이기적이고 막무가내로 보이겠지만, 이제 달리 방법은 없다.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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