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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31 - 퇴근길, KTM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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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쿠알라룸푸르의 서울역인 KL Sentral역으로 향한다. 왠만한 노선은 다 이용 할 수 있는 KL Sentral에서 내가 이용하는 지하철은 KTM이다. KTM은 쿠알라룸푸르 노선 중에서 제일 오래된 노선이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노선인데, MRT와 LRT 그리고 모노레일과 달리 정해진 기차 시간표가 있다. 보통 1시간에 한번 정도 나타나기 때문에 기차 시간표는 필수로 숙지 해줘야한다. 게다가 정해진 시간에 제때 오지 않아 보통 미리 5분 전에 오거나 늦어지면 10분은 그냥 넘어간다.

 

재밌는 점은 1) 만약 기차가 일찍 도착하면 출발 시간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손님들 태웠다면, 진득하게 기다리지 않는다. 바로 문 닫고 그냥 떠나버린다. 2) 도착 플랫폼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항상 4번 플랫폼에 나타나던 기차가 어느 날 3번 플랫폼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기차가 오겠지 생각하며 가만히 있으면, 기차를 놓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항상 기차에 표시되는 행선지를 주의깊게 살핀다. KTM의 장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으나, LRT와 MRT를 비교해보면 이것을 타야만 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KTM의 행선지가 당신이 원하는 방향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저녁 8시의 KTM 내부는 한적하다.

퇴근길에 하던 걸 멈추고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KTM의 퇴근길은 조용하다. 몇몇은 지친듯이 등 뒤에 벽을 기대어 눈을 감거나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KTM에 몸을 싣는다. 말레이시아의 퇴근길이라고 특별한 점은 없다. 그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퇴근길 모습이다. 나라고 해서 그들과 다르진 않다. 책을 읽으려고 크레마를 꺼냈으나 몇 페이지 넘어가니 눈이 감긴다. 억지로 몇자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꺼낸다.

 

졸음을 내쫓기 위해 휴대전화를 살펴보면 내 눈은 다시 초롱초롱해진다. 나의 원래 계획은 출퇴근길에 크레마를 펼쳐 독서를 하는 건데, 생각처럼 쉽진 않다. 출근길에 그저 잠만 자거나, 퇴근길에 휴대전화만 가지고 소셜미디어만 바라본다. 스스로 생각은 하는데, 내 손은 본능적으로 휴대전화를 놔두지 않는다. 평소에 소셜미디어를 멀리하자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참 쉽지 않다.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건데, 이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을 반성해본다. 작심 3일이라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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