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7 - 오키나와 여행2

2019년 8월 5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공항으로 미리 마중나가 아이들을 반기는 일이다. 각각 아이들의 명단과 사진을 살펴보는데 한참동안 웃으면서 개성 넘치는 사진을 살펴봤다. 곧 한 두명씩 도착하면서 공항에서 만난 아이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은 눈치껏 잘 따라와줬고, 서로 간의 어색함은 몇 마디를 나누며 금세 없어졌다.

매번 아침 저녁으로 내가 약을 챙긴 세이도 군 (가운데)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유쾌한 아이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셨다는 코우스케 군 사진 (가운데), 나는 부모님의 센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엄청난 개그 센스를 보여주실꺼라 생각하며, 보는 내내 한참을 웃었다.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창문을 통해 바라본 맑은 바다와 푸른 하늘이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지 말해주는 듯 했다. 너무 계획 없이 오키나와에 온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으나, 멋진 풍경을 바라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장 너머로 보이는 풍경 또한 대단히 감동적이였다. 절벽과 바다 간의 조화가 마치 한 작품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비록 시간은 금방 지나가겠지만,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곳에서 바라본 밤 하늘은 더욱 아름다웠다. 쏟아질듯한 별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에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그것은 아무나 접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였다. 육체와 정신, 목표, 삶, 친구, 지인, 내가 가진 지식 등 평범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런 무언가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임을 상기시켜줬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조리개 좀 올리고 노출시간을 늘리니 이런 사진이 찍혔다.

 

2019년 8월 10일

리쿠 군 (왼쪽), 리츠 군 (가운데)이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리쿠는 나를 잘 따랐으며, 말을 잘 들었다. 리츠는 끼가 많아 노래도 잘부르고 전체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

마지막 날 세레모니 준비중

해수욕장에서 찍은 단체 사진

보기엔 쉬워보여도 직접 겪어보니 아이들을 인솔하는 일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였다. 우리 그룹에 8살 꼬맹이는 아쿠아리움에서 보이지 않아 아쿠아리움과 공원 전체를 2바퀴 돌아서 찾아 헤맸는데, 발견해보니 다른 그룹 아이들과 찰싹 붙어다니며 쇼핑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는 틈나면 나만 찾아 화장실가야한다고 데려다달라고 했다. 한번 두번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반복되다보면 쌓이는 피로감이 실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피터라는 영어 이름 때문인지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피터를 외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피곤에 지쳐 바로 잠들었다. 

그렇지만 휴가 기간동안 뭔가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국경을 뛰어 넘어 아이들에게 내 개그 (?) 가 통한다는 사실에 기뻤다. 일본어를 아예 할 줄 모르는 나로서는 대화가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줬다. 나는 앞뒤 맞지 않는 일본어로 아이들에게 대답해주며 대화를 이어나갔고, 완전 엉뚱한 대답과 이상한 발음의 일본어로 아이들을 웃길 수 있었다. 이 여행을 끝으로 아이들이 나를 재미있는 한국인으로 기억해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중간 중간마다 글을 써보려 했지만, 숙소에 들어오면 씻고 바로 눕는게 일상이라 하루하루 일정을 제데로 기록하지 않았다. 막상 뒤돌아보니 조금 부지런하게 적어둘껄 하는 후회가 있어 아쉽다. 그렇지만 첫 계획에 이정도 적었으니, 다음 일정에는 더 세세하게 적어보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경험해보고 내 생각과 느낌 그리고 감정을 글로 풀어서 블로그에 남기는 것, 나는 지금 내 이야기의 챕터 중 일부를 채우고 있다. 글쓰기와 블로그를 더 빨리 했으면 아마 지금쯤 내 삶은 조금 더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 더 열심히 기록하고 공유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니까

관련 영상 (2018)

https://www.airtoyo.co.jp/summercamp2018bc/okinawa/movie.html

動画ギャラリー - サマーキャンプ沖縄2018